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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두부 -콩세알 나눔센터

관리자 2019-11-02 (토) 17:24 5년전 642  




이지윤 (기사입력: 2009/12/11 14:06) 1789호 2009. 12.20.

인천 강화군 강화읍 삼엄한 검문소를 지나 민통선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두부공장과 만난다. 가마솥에 콩을 삶아 어떤 화학첨가물도 넣지 않고 천연간수만으로 친환경 두부를 만드는 ‘콩세알 나눔센터’, 농촌연계형 사회적기업이다. 일벗감리교회 목사이기도 한 콩세알의 서정훈 대표는 10대째 농부로 살아오던 강화로 귀농했다. 신학을 하면서도 농촌과 생태, 영성에 관심이 높아 감리교 농도생활협동조합에서 도시와 농촌을 직거래로 연결하는 일을 했던 그는 단순한 공장이 아닌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고, 생산과 소비에서 친환경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2006년 전통방식 생산을 고집하며 두부생산을 시작해 서서히 직원수도 늘어나고 2008년 10월에는 정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25명을 고용한 사회적 기업 <콩세알>이 되었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의 일이라 여기며 자발적인 노력과 가족같은 분위기로 일하고 있어 매출도 서서히 늘어가고 있다.

재래공법, 그래서 더욱 고소한 콩세알 두부

콩세알 두부에는 소포제나 유화제, 보존제 등 화학첨가물이 전혀 없다. 생산 공정도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강화지역의 논두렁콩과 국내산 무농약 콩만을 사용해 깨끗한 지하수로 여러 번 세척한 뒤 불리고 콩물 농도 10% 이상으로 진하게 만들어진 두유를 가마솥에 저어가면서 끓인다. 가마솥은 스팀보다 고온으로 끓일 수 있기 때문에 콩 특유의 비릿함이 완전히 사라지고 고소함이 배가되며 식감이 좋다. 두유를 끓일 때 발생하는 거품은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채로 걷어낸다. 가마솥에서 충분히 숙성된 두유는 유화제가 첨가되지 않은 정제간수를 사용해 응고시키기 때문에 전통 두부의 맛이 살아날 뿐 아니라 건강에 좋다. 자연압착방식으로 압착하여 완성된 두부는 민통선 지역의 청정지하수 물과 함께 포장되고 멸균하여 냉장상태로 운송된다. 이런 전통방식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계적 생산방식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30% 이상의 노동력이 더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콩세알은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힘든 공정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콩세알 두부의 가치와 노력을 알아주는 건 역시 소비자들. 우연히 콩세알 두부를 먹었던 한 분이 맛이 좋아 지인들에게 선물했고,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 가정집 배달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다. 일산지역 400모, 강화지역에 100모를 배달하고 있다. 로컬푸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먼 지역 학교급식 납품은 거절했다. 물론 단가가 맞지 않았기도 했지만 물류중심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강했다. 푸드마일리지가 높아지는 방식보다는 생협을 통해 다섯 여섯 가정이 모여 물건을 받으며 두부가 가진 가치와 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네트웍을 형성하는 것이 또 다른 숙제이다.

관계지향적인 생산과 소비를 꿈꾸며

콩세알 나눔센터는 25명의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콩세알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형, 동생처럼 허물없는 사이다. “노동의 강도는 적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며 서로간의 우애를 자랑한다. 적은 수입을 함께 나눠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회적 일자리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던 시기였는데 각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기로 하고 500만 원을 9조각으로 나누었고 오히려 돈이 남았다. 규율과 규칙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도
서로 부대끼고 노동하면서 서로의 신념을 확인하고 관계지향적으로 살아가는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콩세알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노동부의 지원 없이 완전히 자립해야 한다. 지원금 때문에 기업가 정신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늘 가지고 있다. 식구들의 임금 수준도 조금 더 높이고 수공업적인 생산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꿔 노동강도를 낮추는 일도 시급하다. 두부공장 외에 진행 중인 영농사업, 밥집사업 등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콩세알은 시장에서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관계지향적 생산과 소비를 꿈꾼다. 그래서 ‘상품’이 아닌 ‘생활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이번 하반기에는 기독교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 10곳을 돌아봤다. 기업경영을 통해 일자리 창출, 착한 소비 등의 공익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이상적인 경영방식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2년이라는 단기적 인건비 지원, 사회적 기업 개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 지원 인프라 부족, 시장과의 과열경쟁 등으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회가 나서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 지원하라는 주문도 있지만 한편으로 전문성과 경영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물질과 이윤을 절대시하지 않고 낮은 자와 약한 자를 섬겨야 하는 기독교의 가치가 생색내기가 아닌 진심이 담긴 기독교적 경영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틀 안에서 가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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