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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화수분’ 같은 교회 인천 해인교회

관리자 2019-11-02 (토) 17:27 5년전 819  




이인창 기자 (기독교연합신문)

교회는 언제나 지역사회 안에서 섬김의 사역을 멈추지 않았다. 130여 년 전부터 초기 선교사들은 가장 먼저 고아와 과부, 여성, 천민과 같은 고난 받는 민초들에게 사랑을 쏟았고, 의료와 교육, 복지를 위한 기관들을 세워 돌봄을 이어갔다.

한국교회는 세계 기독교 역사상 유례없이 교세가 성장한 만큼이나 우리나라 근대화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국교회를 향한 대사회적 이미지가 추락했다고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지역 공동체와 동행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기꺼이 돕는 손길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정부 차원의 사회복지 역량이 크게 제고되면서, 기존 교회가 펼쳐온 사회적 섬김에도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 또한 복지사역을 교회 성장의 방편으로 인식했던 거만했던 태도도 이제는 지양돼야 한다. 더 순수한 마음으로 소외계층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동력을 찾아주는 방안을 찾아주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은 보다 새로운 사역을 깊이 고민하고 찾아가고 있다.

너도나도 하는 교회 카페보다 더 지속적이고, 일회적으로 열리는 바자회와 도시농촌 직거래보다 더 적극적이고, 연말에 불우이웃 가정에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보다 생산적인 사역이 필요하다.

그런 도전을 하고 싶은 교회가 있다면 반드시 들려봐야 할 교회가 있다. 인천 계양구에 소재한 ‘해인교회’가 바로 그곳이다.

대안 경제 사회복지사역의 ‘종합선물세트’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해인교회는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교회 모습이다. 아담하게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앞마당까지 있어 도시 속에 있지만 푸근한 인상을 주는 교회이다.

근처에 아파트촌들이 꽤 많이 있고 지하철은 더 가깝이 있지만, 인천으로 보면 어디까지나 변두리이다. 그런 곳에 위치한 해인교회에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 아니 해외교회에서까지 손님들이 찾아들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교회 중에서도 디아코니아 사역으로 가장 두드러진 독일교회의 전문가들이 이 교회를 방문했다. 독일에는 약 3만개가 넘는 교회의 사회복지 기관이 있을 정도이다. 지난 겨울에는 캐나다연합교회 총회장단이 해인교회를 찾았다.

교회에서 목회자와 교인들이, 노회에서 목회자들이 같은 차를 타고 해인교회를 찾았다. 무엇이 교인 수 160여명의 동네교회에 사람들이 몰려오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교회가 펼쳐가고 있는 이웃을 향한 섬김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회가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사역의 ‘종합선물세트’ 격이다.

해인교회는 대안 경제 복지사역으로 사회적 일자리 1100여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 두 가지 사역이 아니다. 이것이 될까 싶은 것도 있고, 실제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지만 멈추지 않은 도전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이 사회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시스템을 교회 사역에 접목해 도전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불이 붙는다. 당장 달려가서 우리 교회에서도 이러한 일을 해봐야겠다는 도전하고 싶은 의지를 돋게 만든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협동조합’

해인교회는 2014년 모든 사람들의 눈이 확 띄게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실버자원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2.%를 넘었고, 이 가운데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은 무려 1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그만큼 노인들의 빈곤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170만명이 넘는 노인들이 폐지를 줍고 있지만, 이 분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거의 없다. 주로 밤이나 새벽에 일하면서 교통사고나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야말로 복지사각지대의 전형이 바로 폐지 줍는 노인들이다.

해인교회가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이사장 이준모 목사는 그해 7월 25명의 노인들과 함께 ‘실버자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인천광역시에 사회적 협동조합 등록을 신청했다. 조합원들은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생계형 자원수집 노인들로만 구성했다.

창립총회를 갖고 출발은 했지만, 노인들이 조합원이 협동조합은 다른 경우와는 많이 달랐다. 더구나 조합원들은 재활용품을 팔아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인들이기 때문에 주변 도움이 더 절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이사장 이준모 목사는 설명한다.

이 목사가 ‘실버자원협동조합’을 시작한 계기는 현재 이 목사의 아내 김영선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해인교회 무료급식소 노인들을 돌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해인교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인건비와 사업비를 더하면서 협동조합은 어렵지 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협동조합을 교육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노인들의 폐지를 무조건 대신 옮겨 팔아주기도 했지만, 결국 또다른 활동으로 조합의 영역을 넓히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이준모 목사는 돌파구로 노인들과 함께 서울여행, 온천여행을 다녀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가지 교육을 실시했다. 노인들에게 소정의 조합원비도 걷어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또 폐휴지 시세를 몰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폐휴지를 모아 대량으로 판매해 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역사회 다른 교회나 학교들과 연계해 재활용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계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이 돼 주었다.

이준모 목사는 “우리 조합원들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노인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을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가정 내 사연 때문에 수혜대상이면서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준비가 돼 있는 교회들이 협동조합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동기부여했다.

조합원 A 할머니는 “우리가 조합원이라 똑같이 한 표를 갖고 있다는 말이 좋습디다. 또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정할 수 있어요. 직접 회의도 하고 교육도 받으면서 폐지를 주우면서도 마음이 뿌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라고 보람있어 했다.

페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은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협동조합과는 다소 다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인교회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듯싶다.

노숙인 출신들의 희망터 ‘계양구재활용센터’

해인교회의 사회적 섬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벌써 19년 전 IMF 외환위기 때로 기억된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실질자들이 한 끼니조차 할 수 없는 모습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무작정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무모할 정도였다. 당장 내일 식재료를 사야할 비용이 없어도 기도로 준비하면서 그 때마다 채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게 '실직자를 위한 쉼터 및 자활 모임터'를 시작했고, 2000년 인천시로부터 사단법인 ‘내일을 여는 집’을 정식 인가받았다.

사회적 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는 2001년부터 계양구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해왔으니, 세월이 결코 짧지 않다. 노숙인 출신을 직접 채용해 자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이다. 구청 관내에서 나오는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수리해 재판매하는 것까지 모두 노숙인 출신들의 몫이다.

처음 위탁을 맡았을 때는 2년 동안 수입이 2천4백만원에 불과했지만, 그간 이곳을 거쳐간 자활노숙인은 300명이 넘어설 정도로 활성화됐다. 2009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큰 위기도 있었지만 이겨냈다. 2010년 겨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 화재가 발생해 도로 아래 설치해 운영하던 재활용센터가 철거된 것이다. 졸지에 갈 곳을 잃고 오랜 기간 마련해둔 시설기반마저 갈 곳이 없었지만, 현재 계양구 사회적기업회회관에 새로운 터를 꾸릴 수 있었다.

지금도 계양구재활센터에서는 00명의 자활 노숙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고00 씨는 “신용을 잃었다가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만들고, 관계가 깨어졌던 가족들과 회복할 수 길을 일을 하면서 만들었다”며 보람을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계양구재활센터’와 해인교회가 만들어가는 시너지 효과이다.

해인교회는 사회적 기업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남녀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숙인 쉼터에서 일하는 전담활동가들은 일주일에 세 차례 거리 노숙상담을 하고 있다. 위험상황에 놓은 노숙인을 구호하고, 여기에서 자활의지를 가진 노숙인들을 쉼터로 연결한다. 여기에서 더 적극적인 가능성을 찾는 경우 재활용센터에 정식으로 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숙인 쉼터’에서 사역하고는 황규빈 목사는 “거리에 처음 나왔을 때 도와주지 못하면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자활을 포기해버리는 거죠. 발로 뛰면서 노숙상담을 했던 사람이 신앙과 직업을 갖고 자활에 성공할 때가 가장 기쁨니다”라고 전한다.

해인교회와 내일을 여는 집이 운영하는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이 ‘도농살림’이다. 도농살림은 실직자와 노숙인들이 만든 전국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이다. 2008년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 주로 농어촌 지역에서 생산된 생산물들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도농살림’의 제품은 매년 성탄절이 소외이웃들에게 전달되는 특별한 성탄선물이 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한국구세군 등 기독교계 교단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기독교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가 올해로 4년째 실시하고 있는 몰래 산타 나눔행사에 ‘도농살림’의 상품이 활용되고 있다.

‘몰래산타 이웃사랑’은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의 물품을 지원센터가 교회와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구매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는 뜻깊은 프로젝트이다.

지역공동체 회복은 해인교회 사명

제도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받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해인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들의 경제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업은 이밖에도 더 많다.
해인교회와 사단법인 내일을 여는 집은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보고와 같은 계양시니어클럽을 꾸려가고 있다. 지역 내 만 60세 이상 노인들이 참여하는 클럽으로 어르신들의 경험과 경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전담기관'으로 구청뿐 아니라 인천지역에서 활동내용과 성과를 주목해오고 있다.
공익활동 차원에서 '산림지킴이', '사서도우미', 지역아동센터 도우미', 친환용EM활용' 등을 비롯해 시장형 취창업 분야로 '스콜존 교통지원', '한우리공동작업장', '아파트택배' 식자재유통사업 떡이랑 찬이랑' 등 17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계양구청 인근 상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밥상'은 저렴하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맞보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무려 38명의 노인들이 이곳에서 자기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필요한 자금은 정부와 지자체, 외부후원으로 감당하고 있다. 김00 할머니는 다른 노인들과 같이 시니어클럽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시간이 즐겁다. “국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로는 밥 먹고 살기도 쉽지 않아. 그래도 이곳에 나와 조금씩 일해서 몇 십만원을 벌 수 있어 자신감도 생기고 생활에도 도움이 많이 되지”

해인교회는 인천의 대표적 쪽방촌 ‘만석동’에서 쪽방상담소를 지원하고 있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인천항 인근의 쪽방촌은 외롭고 가난한 이들의 안식처다. 쪽방상담소는 자활공동사업장을 운영하며 매일 쪽방주민들이 나와서 일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쇼핑백을 만들고 인형 장식을 붙이는 작은 일이지만 곁둘 곳 없는 이들에게는 이곳에서 이야기하고 나누는 사람들이 가족이 된다. 쪽방주민들은 이렇게 번 수익금을 또 다른 이웃들에게 써달라며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내고 있다.

이밖에도 해인교회는 저소득가정 자녀들을 위한 해인지역아동센터, 가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가족상담소, 푸드뱅크, 푸드마켓으로 지역 공동체를 회복시켜 나가고 있다. 해인교회와 같은 사역을 고민하는 교회라면? 이준모 목사는 새로운 사회복지 사역을 고민하고 있는 교회라면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사역,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사역, 지속가능성 있는 사역을 할 것을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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