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청밀’을 가다신동민 간사(아름다운 커피 본부장) 비즈니스적으로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을 해내면서 규모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는 훌륭한 사회적 기업이 있다. ‘청밀’이다. 사회적 기업 ‘청밀’은 식자재유통 전문 기업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전달하고, 수익금으로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체, 사회복지기관 등 200여 곳의 협력기관과 거래하고 있으며, 약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이나 이미 사업을 크게 시작한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 9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 ‘청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2008년에 밀알복지재단은 노인과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노장사업단’을 시작했다. 노인의 경험과 장애인의 노동력을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때마침 대기업에서 유통의 경험이 있는 현 ‘청밀’의 양창국 대표가 조인하게 된다. 양창국 대표는 이렇게 그때의 상황을 회고한다. “노인은 일상생활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 노동력의 한계가 있었고, 장애인은 그와 반대였죠. 그들이 함께 일한다면 윈윈을 넘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농산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때마침 ‘푸드머스’에서 농산물 전처리 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창국 대표는 사업제안서를 가지고 한달음에 찾아갔다. 그리고 ‘푸드머스’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청밀’에게 기회를 주었다. 처음부터 많은 갈등이 일어났다. 직원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노인과 장애인들이 일반인들보다 업무능력이 뒤처졌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마다 양 대표는 직원들과 좀 더 깊은 소통을 하려고 했다. 진심을 다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청밀 직원들에게 반감을 가졌던 이들도 면담 후에는 차츰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고, 청밀 직원들 역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갈등 상황은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은 좀 더 첨예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양 대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처음부터 수익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1~2년은 적자의 연속이었다. 여느 사회적 기업이 그런 것처럼 효율성의 문제에 직면한 것이었다. 장애인과 노인을 고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작업능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레 손실이 발생하고, 심할 때는 적자가 수천만 원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약계층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비즈니스 효율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작업라인을 변경해 보기도 하고, 직원들의 작업 동선을 가장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좋은 가격에 산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청밀’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수익의 핑계로 삼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은 마음에 한두 번은 사줄 수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자선의 의미일 뿐이지 상품 자체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결국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비즈니스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기대만큼 높은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청밀은 연 90억의 매출을 올리는 지금도 수익금의 70% 이상을 취약계층의 고용을 위해 쓰고 있다. 핸디캡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아닌 ‘함께 일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양창국 대표와의 인터뷰 1. 왜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기업에 다니다가 사업을 시작했어요. 돈도 어느 정도 벌었죠.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저는 항상 위만 바라보면서 살고 있었더라고요. 옆도, 앞도 아니고 위만 바라보느라 제 안에 결핍이 쌓여가는 건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일 때문에 직업재활센터에 갔다가 자폐아들과 노인들의 문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됐어요. 충격적이었어요. 겉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삶의 모습들이 갑자기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던 거죠. 마침 그 센터를 관리하던 재단에서 그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2. 운영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어떤 일을 할 때보다도 주변을 살피고 사람도 챙기는 걸 보면 ‘청밀’ 운영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생계는 곤란해졌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제 월급이 없었어요. 5년 쯤 그랬나 봐요. 어느 날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텅 비어 있는 거예요.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 둘이 있는 집에요. 그때부터 월급 대신 식자재를 받겠다고 해서 집에 우유, 계란, 쌀, 김치, 고기 그런 걸 월급으로 가져갔어요. 일은 해야 하는데, 나는 가장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예전에 한 번은 오랜만에 시계를 차려고 봤더니 없더라고요. 결혼할 때 했던 거요. 보니까 아내도 반지며 예물이며 다 팔아서 살림에 보태 쓴 후였어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제 삶이 됐다는 게 너무 기가 찼어요.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는데 현실로 다가오니까 받아들이기 어렵더라고요” 3. 위기가 올 때마다 어떻게 이겨냈나요? “위기가 올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것은 아내였어요. 주변 사람들조차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를 했지만 이런 일 언제 해보겠느냐, 당신이 생각했을 때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라며 저의 의지를 북돋웠습니다.” 4. 사회적 기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고 해서 먹을 것이나 돈으로 도와주는 건 소용이 없어요. 일자리가 필요해요. 일본의 사회적 기업 테이블포투(Table For Two)가 아프리카 초등학생 급식 지원 프로그램 하는 것을 보고 ‘청밀’이 조금 더 안정되면 아프리카에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우선 케냐부터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막 뛰어요. 직원 중에 37살인 장애인 친구가 있는데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명절 때 선물세트를 주려다가 ‘손이 불편하니까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기어이 그냥 가져가겠다면서 ‘직접 들고 가서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한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인생의 큰 기쁨인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기쁨을 일로서 줄 수 있다는 것에 저는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소소한 기쁨이 제가 사회적 기업을 하는 이유이고 사회적 기업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식(食)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청밀’의 사업 ‘비전, 미션’ 청밀은 사회취약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밀은 식품안전, 친환경, 우리농업을 지키고 공정한 생산, 가공, 유통을 지킨다. 청밀은 고객에게 식(食)의 즐거움과 서비스의 만족, 가치 있는 먹을거리를 정직하게 전달한다. 청밀은 지역사회를 위해 자원을 공유, 환원하고,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사업 소개 1. 식자재 유통 사업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공정한 유통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며, 현재 관공서,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약 130여 곳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납품처를 기반삼아 물류 배송과 판매 인력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하여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한다. 2. 농산물 전처리 사업 전처리란 소비자가 조리하기 편하도록 농산물을 세척하고 다듬어 포장하는 작업으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전처리 센터에서 월 450t에 달하는 농산물을 가공하고 있다. 3. 공공기관 유통, MRO(구매 대행) 사업 공공기관 우선구매 정책에 맞추어 관공서의 니즈(needs)를 파악하여 사무용품, 다과용품, 위생용품 등 구매 담당자의 업무효율성을 위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필요한 물품을 구매 대행하는 사업이다. 4. 사회공헌, 나눔 활동 청밀은 장애인,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사회 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지원 사업, 소규모 시설 식자재 후원 등을 진행하고, 기업과 연계하여 자원을 공유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한다. 주소 : 서울시 송파구 방이2동 69번지 명성빌딩 4층 TEL : 02-459-8860 Email : " rel="nofollow"> 대표자 : 양창국 http://www.chungmil.co.kr |